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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내 인생에서 컴퓨터: 게임에서 AI까지, 다시 시작하는 프롤로그

밈치킨 2026. 6. 26. 00:10

컴퓨터라 하면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컴퓨터는 업무 도구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공부를 위한 기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를 보는 물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나에게 컴퓨터는 단 하나였다.

 

게임.

정말 컴퓨터는 곧 게임이었다.

내가 컴퓨터를 처음 강하게 기억하게 된 순간은 아직도 어렴풋이 남아 있다.
어렸을 때 주변 형이나 아저씨들이 플로피디스크를 수십 장씩 들고 와서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설치해주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풍경이다.

요즘은 클릭 몇 번이면 게임이 설치되고,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대부분 자동으로 업데이트까지 된다.

하지만 그때는 뭔가 달랐다.
디스크를 넣고, 기다리고, 또 다른 디스크를 넣고,
설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이상하게 설렜다.

아마 그게 내 컴퓨터에 대한 첫 기억이었을 것이다.

컴퓨터는 신기한 기계였지만,
그 신기함의 목적지는 늘 게임이었다.

디아블로

 

 

학창시절, 컴퓨터는 공부가 아니었다

학창시절까지도 나에게 컴퓨터는 공부 도구가 아니었다.
숙제를 하거나 자료를 찾는 데 쓰기도 했겠지만, 솔직히 중심은 게임이었다.

공부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었고,
게임 속 세상이 현실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겟앰프드, 서든어택.

그 시절 게임들은 내 시간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때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부분도 분명히 있다.

 

서든어택, 그리고 이상한 호기심

그러다가 내 컴퓨터 인생에서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문이 열리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다.

바로 서든어택이 한창 인기가 많던 시절이다.

그때는 말 그대로 핵의 전성시대였다.

지금 생각하면 과장이 섞였을 수도 있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유저의 절반 가까이가 뭔가를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칼폭, 스피드핵, 자유시점 버그, 월핵.
별의별 것들이 다 있었다.

물론 나도 겜돌이였던 관계로 그 세계에 발을 들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잘못된 행동이다.
게임의 재미를 망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어린 나에게는 그런 윤리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라는 호기심이 먼저였다.

그때의 게임들은 지금처럼 보안이나 안티치트가 강하지 않았다.
간단한 툴이나 값 변경만으로도 게임이 이상하게 변하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냥 남들이 만든 걸 따라 쓰는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쓰는 것보다 그 구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 속도가 바뀌는지,
왜 시야가 달라지는지,
왜 게임 안의 값이 바뀌면 캐릭터 움직임이 바뀌는지.

그때부터 내게 컴퓨터는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게 됐다.

게임을 하는 기계에서,
게임 속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계로 바뀌기 시작했다.

칼전에서 칼폭을 날리는 모습

영구정지와 깨달음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핵에 중독된 대가는 컸다.
겟앰프드, 스타크래프트, 서든어택에서 줄줄이 영구정지를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게임을 더 잘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결국 게임을 못 하게 되는 방향으로 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기에 나는 컴퓨터에 대해 조금 다른 감각을 가지게 됐다.

스타크래프트도 그냥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맵을 뜯어보고 구조를 바꿔보려 했다.

서든어택도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동작하는지 궁금해했다.

메이플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여러 자료를 구경했고,
조크 바이러스나 백도어 같은 단어도 그때 처음 접했다.

다시 말하지만, 사고를 친 건 아니다.

그냥 어린 나에게는 그 세계가 이상하게 무섭고도 매력적이었다.

컴퓨터 안쪽에는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었고,
그걸 아는 사람들은 마치 다른 차원의 사람처럼 보였다.

치트엔진

고구마S, 그리고 포기

그때 기억나는 곳이 하나 있다.

네이버 카페 고구마S.

어린 나에게 그곳은 꽤 충격적인 공간이었다.

나는 그냥 겉핥기식으로 장난치고 놀던 수준이었는데,
그곳에는 훨씬 전문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글 하나하나가 어렵게 느껴졌고,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 느낌은 지금도 기억난다.

내가 이쪽 능력을 제대로 키우려면
에베레스트를 열 개쯤 등반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포기했다.

아주 깔끔하게 포기했다.

어린 마음에 호기심은 있었지만,
그걸 끝까지 파고들 만큼의 끈기나 환경은 없었다.

결국 다시 학생 생활에 집중했고,
공부도 하면서 그 시절의 컴퓨터 호기심은 조금씩 흐려졌다.

게임은 여전히 좋아했지만,
컴퓨터 안쪽을 들여다보던 마음은 점점 잊혀갔다.

 

30대, 다시 컴퓨터 앞에 앉다

그렇게 나는 진학을 하고,
군대를 가고,
취업을 하고,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컴퓨터는 다시 평범한 도구가 되었다.

업무를 하고,
영상을 보고,
필요한 걸 검색하는 정도.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세상이 갑자기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 만화에서나 보던 AI가
정말 현실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심심이 같은 것인 줄 알았다.
말 걸면 대답이나 하는 장난감 같은 느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니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들고,
코드를 짜고,
사이트를 만들고,
프로그램까지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이구나.

어릴 때 내가 좋아했지만
에베레스트처럼 느껴져 포기했던 것들.

컴퓨터 안쪽을 들여다보고,
무언가를 만들고,
내가 원하는 기능을 구현해보는 일.

그걸 이제는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지 못해도
AI와 함께라면 다시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다시 시작하는 이유

어릴 때의 나는 산 앞에서 포기했다.

하지만 30대의 나는
AI라는 이상한 동료를 만나 다시 그 산 앞에 서게 됐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고
한 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 블로그는 그 기록이 될 것 같다.

유튜브를 해보고,
AI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직접 만든 툴을 배포해보고,
그 과정에서 돈이 되는지까지 실험해보는 기록.

대단한 개발자의 성공담은 아니다.

그냥 컴퓨터를 게임으로만 알던 사람이
AI를 만나 다시 컴퓨터 앞에 앉게 된 이야기다.

이 글은 그 시작을 적어두는 프롤로그다.

 

정리

어릴 때 컴퓨터는 게임이었다.

10대의 컴퓨터는 호기심이었다.

20대의 컴퓨터는 그냥 도구였다.

그리고 30대의 컴퓨터는
AI와 함께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실험장 이 되었다.

앞으로 이 실험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에베레스트 앞에서 바로 도망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추가로 같이 게임 핵만들고 놀던 애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그래밍 특혜로 삼성 SDI 에 조기취업했다.. 잘 지내니 민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