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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루한 회사생활에서 AI를 처음으로 활용하다

밈치킨 2026. 6. 27. 01:50

 

대 AI의 시대라고들 한다.

뉴스를 보면 모든 회사가 AI를 쓰고,
자동화가 되고,
업무 효율이 올라가고,
세상이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달랐다.

대기업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우리 회사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의 시스템은 여전히 구닥다리에 가까웠다.

비효율의 끝판왕.

가끔은 정말 이 말 말고는 표현이 안 된다.

 

보고자료라는 이름의 끝없는 숙제

임원이나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그에 따라 수반되는 페이퍼 워크가 너무 많았다.

정말 너~~~~무 많았다.

하루 종일 보고자료를 쓰다가 집에 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모든 보고자료가 쓸데없다는 말은 아니다.

정말 필요한 보고자료는 귀찮아도 이해가 된다.
일을 정리해야 하고,
성과를 공유해야 하고,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자료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쓸데없는 보고자료.

이런 자료를 쓰고 있을 때는 정말 짜증이 난다.

심지어 몇몇 보고자료는 내용이 서로 겹친다.

A는 성공사례.
B는 고객 감동사례.
C는 판촉물 활용 성공사례.

이름만 다르지 결국 다 비슷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걸 한 날 한시에 내라고 한다.

무슨 소설가도 아니고.

같은 사건을 두고,
표현만 바꿔서,
다른 보고서인 것처럼 써야 하는 순간이 온다.

챗지피티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잘 적긴 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가끔은 앉은 자리에서 책상을 내려쳐버리고 싶어진다.

처음에는 그냥 글을 대신 써주는 도구였다

처음에 내가 회사에서 AI를 활용한 방식은 단순했다.

보고자료 문장을 다듬고,
딱딱한 표현을 조금 더 있어 보이게 바꾸고,
비슷한 내용을 다른 말로 풀어내는 정도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내용을 성공사례처럼 바꿔줘.”
“고객 감동사례 느낌으로 다시 써줘.”
“임원 보고용 문장으로 정리해줘.”

이 정도만 해도 확실히 편했다.

예전 같았으면 한참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었을 문장들이
챗지피티를 거치면 그럴듯하게 정리됐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어만 볼 게 아니라, 아예 반복작업을 자동화할 수는 없을까?

보고자료를 매번 사람이 직접 입력하고,
비슷한 칸에 비슷한 내용을 붙여넣고,
완료 버튼을 누르는 일이 너무 반복적이었다.

그 순간부터 AI는 내게 단순한 글쓰기 도구가 아니게 됐다.

이걸로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쥬니어네이버 동물농장 돈버그가 떠올랐다

문득 이상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쥬니어네이버 시절 동물농장 돈버그를 아시는가.

동굴버그로 돈을 9999999원까지 찍을 수 있었던 그 시절.

어릴 때는 그런 걸 보면 그냥 신기했다.

“어떻게 저게 되지?”
“왜 숫자가 바뀌지?”
“게임 안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그때는 단순히 버그나 꼼수로만 봤다.

그런데 회사에서 반복 업무를 하다 보니
그때의 감각이 이상하게 다시 떠올랐다.

물론 지금 하려는 건 게임 버그를 쓰는 게 아니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을 망가뜨리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매일 반복해서 하던 입력 작업을
조금 더 빠르게 처리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아, 챗지피티로 이런 걸 만들 수 있겠구나.

그 생각이 들었다.

치트오매틱(메모리변조툴)
추억의 동물농장

 

내 첫 개발은 회사 보고자료 자동화였다

우리 회사에서 쓰던 보고 사이트는 급하게 만든 느낌이 강했다.

화면도 투박했고,
입력 방식도 불편했고,
사용자 입장에서 배려가 많아 보이진 않았다.

가끔 개발자모드로 구조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단순하게 만들어진 부분도 보였다.

물론 내가 전문 개발자는 아니었다.

컴퓨터 언어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었고,
HTML, JavaScript, 개발자도구 같은 단어들도 거의 감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챗지피티가 있으니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내가 원하는 걸 말로 설명하면,
챗지피티가 코드를 만들어줬다.

이 버튼을 누르면 이 칸에 값이 들어가게 해줘.
여러 칸에 한 번에 입력되게 해줘.
반복해서 붙여넣는 작업을 줄여줘.

이런 식으로 하나씩 물어봤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되지는 않았다.

오류도 났고,
엉뚱한 칸에 값이 들어가기도 했고,
버튼이 눌리는 것 같지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막힐 때마다 다시 물어보면 조금씩 앞으로 갔다는 것이다.

컴퓨터 언어를 1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의 첫 개발이 시작됐다.

거창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서비스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꽤 큰 사건이었다.

처음으로 AI를 이용해서
내가 실제로 귀찮아하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AI는 검색창이 아니라 작업 파트너였다

이때부터 AI를 보는 시선이 조금 바뀌었다.

전에는 AI를 그냥 검색창처럼 썼다.

궁금한 걸 물어보고,
글을 다듬고,
요약을 시키는 정도.

하지만 직접 반복 업무를 줄이는 코드를 만들다 보니
AI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문제를 설명하면,
AI는 해결 방법을 제안했다.

내가 오류를 말하면,
AI는 수정 방향을 알려줬다.

내가 “이런 것도 가능해?”라고 물으면,
AI는 “이렇게 해보자”고 답했다.

그 순간부터 AI는 단순한 검색창이 아니었다.

AI는 내 옆에 앉은 작업 파트너에 가까웠다.

물론 내가 방향을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결과도 이상하게 나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그에 맞춰 조금씩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이 경험은 꽤 컸다.

내가 원래 개발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개발을 몰랐기 때문에 더 신기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만 하고 끝났을 일을,
이제는 실제로 시도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리

나에게 AI의 첫 실전 활용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회사에서 매일 반복하던 보고자료 입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시도였다.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회사생활 속에서,
AI는 처음으로 현실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전까지 AI는 신기한 기술이었고,
뉴스에서 떠드는 미래 이야기였고,
가끔 글을 다듬어주는 검색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AI는 조금 달라졌다.

내 일을 줄여줄 수 있는 도구.
내가 모르는 코드를 만들어주는 조수.
막힌 부분을 같이 뚫어주는 파트너.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걸로 진짜 뭔가를 만들 수 있겠는데?